야옹 야옹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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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형의 연애 잡담

MBTI 검사를 해 보면, 나는 나머지 두 영역은 점수가 비슷한 반면 I(내향형)과 T(사고형)점수가 극단으로 높게 나온다. 검사할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거의 INTJ 또는 가끔 ISTJ 가 나오는듯. I와 T에 상대되는 건 E(외향형)과 F(감정형) 인데, 내가 조낸 내성적인건 이미 학교 들어가기전부터 가족들이 다 알고 있었던 사실이고, 난 왠지 외향적인게 좋아보여서 난 그렇게까지 내성적이지는 않을거야! 하고 현실부정하다가 중학교때부터 뭐 이렇게 타고난 걸 어쩌겠어 라고 받아들이게 됐다.

그동안 인간관계에 있어서 내향적인 성향은 크게 문제가 안 됐다. 문제는 극단의 사고형이 감정형을 만났을때. 사고형의 특성은 진실과 사실에 관심이 있고 원리원칙, 논거분석, 맞다 틀리다, 지적 논평 등의 말로 설명이 가능한 한편 감정형은 사람과 관계에 주 관심을 가지며 의미와 영향, 상황적 포괄적, 좋다 나쁘다, 나에게 주는 의미를 중시하고 우호적 협조적 성향이 강하다. 여태 상담실을 다니며 들은 바로는 이 두 성향의 사람이 같이 다니면 주로 사고형이 하는 말이나 행동에 감정형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감정형은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따뜻한 말을 해 주고 칭찬해 주고 그러길 바라는데 사고형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거기다 감정형인 동시에 내향형인 사람이라면 거의 최악. 혼자 끙끙거리고 내색도 못하다 상처는 상처대로 받고 지쳐버리는 게 그런 유형의 사람들이다. 우와 적고 나니까 내가 다 피곤.

그렇다고 사고형은 남이야 상처를 받든말든 나몰라라하고 편하기만 하냐. 그것도 또 아니거든. 사고형은 자기 생각에 납득이 안 되는 일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남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걸 바라는지 직접 말해주면 모를까 그걸 먼저 생각하고 알아서 찾아줄 생각이 없다. 그런 성향들의 충돌이 드러나는 게 생일 또는 기념일인데, 그래서 내가  기념일에 선물을 사야 할 때마다 난감했다. 받고 싶은게 뭔지 상대방이 말해주면 좋은데 그냥 너 알아서 해줘.. 라고 하면 그것보다 더한 스트레스가 없다. 그렇다고 연애 초반에 우리 그냥 안주고 안받기로 하면 안될까. 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뭐라도 안사주면 삐질게 뻔하고, 뭘 사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고. 그렇게 고민만 하다 결국 기념일까지 아무것도 못 사고 있다가 남자친구를 화나게 한 적도 여러번 있다. 사람들은 선물에 담긴 마음이 어떻고 정이 어떻고 받을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선물을 고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느니 어쩌니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건 그냥 개소리(...) 선물에 담긴 마음이 중요하니 선물의 가격이 곧 날 생각하는 마음이니 어쩌니.. (이건 진짜 왈왈왈!!컹컹!!) 나에게 선물이란건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기념일에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하는것. 그 기회에 평소에 받고 싶었던 거 받으면 좋고. 안 주면 내가 되돌려줘야 하는 부담 없으니 좋고. 

뭐 이런 상황에서 기념일 선물 어쩌고 넌 날 생각하지 않지 흑흑 내 생일인데/ 100일 기념일인데/ 우리가 처음 뽀뽀한지 184일 하고도 3시간 된 오늘 어쩜 그럴수가 있어 하면서 애인이 화를 낸다면 이건뭐 나한테 어쩌라는겅미 그럼 먼저 뭘 받고싶다고 말을 하든지 아님 같이 밥을 먹자고 말을 하든지. 왜 아무말도 없다 이제와서 ...=_= 멍~ 이런 모드가 되는것이다. 그럼 그때부터 연애는 무슨 기념일마다 싸우고 피곤해지기 시작하는거지.

사고형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일단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하다는것.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걸 적어보라는 질문에 감정형은 가족들이랑 잘지내고 주위 사람들이랑도 잘 지내고 다같이 잘살아봐여 뿌잉뿌잉*^^*.. 이런 내용을 적는 반면 사고형 인간들은 일단 내가 좋고봐야지 내가 잘살고 봐야함 이런 말들을 쓴다. 나도 남자친구 사귈 때 왜 자기를 챙겨주고 신경써 주지 않냐는 문제로 다툰 적이 있는데(그때가 또 마침 시험기간이라 시험공부+나와 남친성적 얘기가 같이 나왔었다) 그때 똑똑히 말한 적이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째가 나 자신이고 둘째가 가족이고 셋째가 너 포함 다른 친구들 등등이라고, 니가 내 가족이 되면 2순위로 올라올 수는 있겠지만 절대로 나 자신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고. 그리고 덧붙여 니가 너 자신이나 가족들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난 그런 인간이랑은 안사귀겠다고.

어떤 사람들이 읽으면 왕싸가지에 존나 재수없는년(..) 같기도 하겠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는 건, 그리고 그 대상이 나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무섭다. 일단 내가 있어야 남이 있는것 아닌가. 아직 자식을 안 낳아봐서 모르겠지만 난 아무리 내가 낳은 자식이라도 나 보다는 덜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감정형 인간들은 다른 모양이다. 난 웬만하면 남들에게 상처주기 싫어하고 폐 끼치는걸 싫어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나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마음 상해 하는것도 보기 싫다. 그런데 내 노력 여부와 상관 없이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더라. 상담을 통해서 얻은 건, 그럴 때 너무 착한 척 하지 말라는 것. 그런 어쩔 수 없는 경우에까지 일일이 신경써가며 살면 피곤하기만 할 뿐 어차피 그건 니 능력 밖의 일이니 마음을 놓아버리라는 것이다. 그건 상대방이 알아서 할 문제로 남겨 두고. 그리고 그 상담 이후로 그렇게 마음을 놓고 나니 여러 상황에서 실제로 훨씬 마음이 편해졌다.

오늘 사람 성격 분석하기 좋아하는 유명 블로거 아줌마의 블로그에서 글들을 몇 개 읽었는데, 아줌마도 무지무지 극단적으로 사고형인것 같았다. 그런데 남편이랑 그런 점이 잘 맞아서 정말 잘 살고 있다고. 상담하면서도 그랬는데, 성격이 나와 다른 사람은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면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처음에 끌릴지는 몰라도 지속적인 관계를 맺다 보면 힘들어진다고 했다. 역시 결혼처럼 롱런하는 관계에서는 비슷한 성격을 만나서 사는게 야마인듯하다.-_- 


덧글

  • 김윤희 2010/08/04 18:22 # 삭제 답글

    잘 읽엇어요.^재밋네요..퍼가요
  • 하얀늑대 2010/09/27 01:52 # 삭제 답글

    와 극사고형여성의 생각이군요! 처음봐요 이런여성분이 있구나 한걸..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는 감정형남성이라는.물론 높은수치는아니지만..
    좋은 정보좀 퍼갈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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